2D CAD 고수가 3D CAD에서 헤매는 이유?

2D CAD 환경에서 수많은 도면을 능숙하게 다뤄오셨나요? 아마 선 하나, 원 하나에도 정확한 좌표와 길이를 부여하며 완벽한 ‘정답’을 그려내는 데 익숙하실 겁니다. 그런데 막상 3D CAD를 시작하니, 무언가 어색하고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특히 대충 형태만 그리고 나중에 숫자를 입력하는 ‘3D CAD 스케치’ 방식은 기존의 작업 흐름과 너무 달라 이질감마저 들 수 있습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이 “왜 3D CAD는 2D처럼 처음부터 정확하게 그리지 않고, 번거롭게 스케치와 구속조건이라는 단계를 거칠까?”라는 의문을 가집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는 단순히 ‘그리는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설계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완전히 다른 철학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2D CAD의 삼면도 방식과 3D CAD의 스케치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3D CAD가 왜 이런 방식을 채택했는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익숙함의 함정: 2D CAD의 작업 방식

2D CAD에서 우리는 보통 하나의 평면에 정면도, 평면도, 측면도를 모두 그립니다. 각 선은 절대적인 좌표와 길이를 가지며, 처음부터 완벽하게 정의되어야 합니다. 이는 마치 정교한 건축물을 벽돌 하나하나 정확한 위치에 쌓아 올리는 것과 같습니다.

도면 예시

이 방식은 최종 결과물이 명확할 때 매우 강력하고 직관적입니다. 하지만 만약 설계 중간에 아래 홀의 좌표가 5mm만 변경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정면도의 선을 수정하고, 그에 맞춰 평면도와 측면도의 관련된 모든 선들을 수동으로 다시 계산하고 그려야 합니다. 작은 변경 하나가 도면 전체에 엄청난 수정 작업을 야기하는 것이죠.

이러한 경험, 다들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겁니다. 그렇다면 3D CAD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생각의 전환: 3D CAD의 ‘스케치’와 ‘구속조건’

3D CAD는 ‘결과’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관계’와 ‘의도’를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그 핵심에 바로 스케치(Sketch)치수(Dimension)구속조건(Constraint)이 있습니다.

🛠 일단 그려라! : 스케치 (Sketch)
3D CAD에서는 입체 형상을 만들기 위한 2D 밑그림을 ‘스케치’라고 부릅니다. 2D CAD와 가장 큰 차이점은, 이 스케치를 처음부터 완벽하게 그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각형을 그려야 한다면, 일단 마우스로 비슷하게 사각형을 그리고, 원이 필요하면 적당한 위치에 원을 그리면 됩니다.

🛠 관계를 정의하라! : 치수 (Dimension) & 구속조건 (Constraint)
대략적인 형태를 그렸다면, 이제 ‘치수’와 ‘구속조건’을 이용해 형상을 정의합니다.

📐 치수: “이 선의 길이는 100mm이다.” 와 같이 정확한 수치를 부여합니다.

치수(Dimension)

📐 구속조건: 객체 간의 관계와 규칙을 정의합니다. 아래 예시보다 더 다양한 구속조건이 존재합니다.

수평 구속조건
수평 구속: 이 선은 항상 수평을 유지해야 한다
동심 구속조건
동심 구속: 두 원은 항상 중심이 같아야 한다

바로 이 구속조건이 3D CAD의 핵심이자, 2D CAD와의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어내는 이유입니다.

왜 3D CAD는 객체를 그린 후 정의하는 방식을 사용할까요?

그 이유는 ‘설계 변경’에 압도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파라메트릭(Parametric) 모델링이라는 개념과 직결됩니다.

🛠 설계 의도(Design Intent) 반영
구속조건은 단순히 형태를 고정하는 것을 넘어, 설계자의 ‘의도’를 모델에 담아냅니다. “이 구멍은 항상 모서리에서 10mm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구속조건을 부여하면, 부품의 전체 크기가 커지거나 작아져도 컴퓨터는 설계자의 의도를 기억하고 항상 그 규칙을 지킵니다. 2D CAD처럼 사람이 일일이 기억하고 수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 폭발적인 수정 효율성
앞서 2D CAD에서 부품 사이즈가 5mm 변경되었던 상황을 다시 가정해 봅시다. 3D CAD에서는 어떻게 될까요? 스케치로 돌아가 가로 길이 치수 ‘100mm’를 ‘105mm’로 바꾸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중앙에 위치한다’는 구속조건을 가진 구멍, ‘끝에서 10mm 떨어져 있다’는 규칙을 가진 다른 부품들까지, 관련된 모든 형상이 자동으로 재계산되고 업데이트됩니다. 정면도, 평면도, 측면도를 따로 수정할 필요 없이 3D 모델 하나만 변경하면 모든 것이 끝납니다.

🛠 휴먼 에러(Human Error) 감소
복잡한 도면을 수동으로 수정하다 보면 실수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구속조건 기반의 3D 모델링은 사전에 정의된 규칙에 따라 움직이므로, 수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오류를 획기적으로 줄여줍니다.

잠깐! 최신 2D CAD에서도 파라메트릭을?

3D CAD를 주로 사용하는 분들은 “이런 편리한 기능이라면 2D CAD에도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이 파라메트릭 기법의 강력함 때문에, 최신 버전의 AutoCAD나 ZWCAD 같은 2D CAD 프로그램에서도 이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ZWCAD 2026 파라메트릭 리본 메뉴
ZWCAD 2026 파라메트릭 리본 메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DIM 명령어로 입력하는 일반 치수가 아닌, 파라메트릭 기반의 구속조건과 치수를 도면에 부여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2D 도면 환경에서도 특정 객체의 치수가 변경될 때, 연관된 다른 객체들이 설정된 규칙에 따라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는 등 설계 변경에 훨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3D 파라메트릭 모델링의 핵심 철학을 2D 환경에 접목한 것으로, 복잡한 부품 간의 관계나 조립(Assembly) 환경까지 고려해야 하는 경우, 역시 3D 환경에서 그 진정한 강력함이 발휘됩니다.

마치며…

2D CAD에서 3D CAD로의 전환은 단순히 Z축 하나를 더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면을 ‘그리는’ 방식에서 설계의 ‘의도와 관계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생각의 틀을 바꾸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처음에는 대충 그리고 나중에 정의하는 스케치 방식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번 익숙해지면, 설계 변경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극적으로 줄여주는 ‘파라메트릭’ 방식의 강력함에 매료될 것입니다.

이 외에도 CAD/CAM/CAE 분야와 관련하여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댓글이나 1:1 문의 또는 카카오톡을 통해 편하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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