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와 디자인이라는 단어는 영어로는 모두 Design이라고 번역되지만, 한국에서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설계는 엔지니어가 하는 일로, 기능과 구조, 재료와 공정 등을 고려하여 제품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하는 일로, 외형과 색상, 감성과 트렌드 등을 고려하여 제품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엔지니어용 3D 툴인 퓨전 360과 디자이너용 3D 툴인 블렌더를 비교하여, 설계와 디자인의 차이점을 알아보겠습니다.
퓨전 360과 블렌더의 장단점이 궁금하신 분들도 이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각기의 목적
엔지니어용 소프트웨어와 디자인용 소프트웨어는 각각의 목적에 따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엔지니어용 소프트웨어는 제품의 기능과 성능, 안전성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디자인용 소프트웨어는 제품의 외관과 감성, 트렌드 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따라서 엔지니어용 소프트웨어는 수학적이고 과학적인 원리를 바탕으로 정확하고 안정적인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고, 디자인용 소프트웨어는 예술적이고 감성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용 3D 툴인 퓨전 360은 설계, 개발, 테스트, 유지보수 등의 과정을 위한 소프트웨어입니다. 제품을 만들 때 사용할 부품의 크기와 형태, 재료와 공정, 부품 간의 연결 방식 등을 정확하게 계산하고 시뮬레이션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용 3D 툴인 블렌더는 그래픽, 애니메이션, 비디오, 웹, 게임 등의 시각적인 요소를 제작하거나 편집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제품의 외형과 색상, 무늬와 질감, 빛과 그림자 등을 자유롭게 조절하고 변형할 수 있습니다.
퓨전 360 (Fusion 360)
엔지니어용 3D 소프트웨어에는 퓨전 360 외에도 카티아(CATIA), 유지(NX UG), 솔리드웍스(Solidwork), 솔리드엣지(SolidEdge), 인벤터(Inventor) 등이 있습니다.
이런 소프트웨어들은 기계 산업 설계에 주로 사용됩니다. 산업용 설계에서는 치수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여 설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볼트의 종류가 길이 별로 다양하다면, 길이를 X라는 변수로 설정하고, X의 값을 바꾸면서 다른 종류의 볼트를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같은 형상이라면 한 번의 설계로 수십 수만 가지의 다른 치수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파라메트릭(Parametric) 방식이라고 합니다.
또한, 컴퓨터의 가상 공간에서 물리법칙을 적용하여 여러 부품들을 조립해 볼 수 있습니다. 부품들이 서로 간섭하면 경고 메시지가 나타나서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알 수 있고 조립이 완료되면 부품들의 움직임과 가동 범위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블렌더 (Blender)
블렌더는 3D 이미지를 그리는 데 사용되는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 또는 그래픽 소프트웨어입니다. 라이노 (Rhino), 마야 (Maya), 3D MAX 등도 비슷한 종류의 소프트웨어입니다.
이런 소프트웨어들은 마우스로 클릭해서 원하는 모양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모델링을 할 때 규칙보다는 자유로움을 중시하고, 재질 표현, 불규칙한 형상들을 제작하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게임 캐릭터의 얼굴을 만들 때, 퓨전 360과 같은 엔지니어용 소프트웨어는 주름의 각도, 굽힘 정도, 길이 등을 정확하게 치수로 정의해서 만들어야 합니다(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반면에 블렌더와 같은 디자인용 소프트웨어는 마우스를 이용해서 형상을 원하는 모양으로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엔지니어용 소프트웨어처럼 치수 기반으로 생성할 수도 있지만, 잘 사용하진 않습니다.
또한, 이런 소프트웨어들은 모델링을 움직여 볼 때 엔지니어용 3D 툴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델링의 간섭을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움직임이나, 물체가 다른 물체를 통과하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엘사 이미지를 잘 보면 순간 머리카락이 어깨를 통과해서 앞으로 나옵니다. 물론 엔지니어용 3D툴로 저런 모델링과 움직임을 구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구현에 성공했다고 한들 머리카락이 어깨를 통과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최종 비교표
위에서 비교한 내용이외에도 가격등 다양한 항목을 작성해 보았으니,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퓨전 360 | 블렌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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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기능 | 주로 제품 설계용 및 제작용으로 사용한다. 프로그램 기본 기능만으로도 충분히 설계를 할수 있다. | 3D 이미지를 그리는 데 사용되는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 또는 그래픽 소프트웨어에 가깝다. 복잡한 3D 모델이 필요한 경우 확장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야 한다. |
설계 방식 | 높은 정밀도와 매개변수를 사용해서 설계가 가능하다. 따라서 정확한 정밀도의 제품을 매개변수를 지정하여 설계할 수 있다. | 매개변수에 대한 메쉬 유형 모델링이 있지만 정밀도가 좋지 않고, 많이 사용되지도 않는다. |
심화 기능 | 자유형 및 표면 모델링, 설계 통합, 파라메트릭 및 메시 모델링이 있다. | 비디오 게임, 애니메이션 비디오, 리깅 및 모션 추적을 만들 수 있다. |
금액 | 무료 및 유료 버전 제공. 무료 버전은 기능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전문 사용자는 유료 버전을 사용해야 한다. | 무료로 제공하지만 전문 사용자는 별도의 유료 확장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
협업 | 작업하고 모델을 공유하거나 할당을 확인할 수 있는 클라우드 플랫폼이 있다. 제품 설계에는 실시간 협업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유용한 기능이다. | 클라우드 기반이 아니며 별도 기능을 설치하지 않는 한 다른 사람과 공유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대부분 혼자 작업하고, 결과물 작업 파일만 공유하면 된다. |
마치며…
물론 블렌더와 퓨전 360은 각각 디자인용과 엔지니어용 3D 툴이지만, 완전히 다른 영역을 다루는 것은 아닙니다. 3D 툴을 정말 잘 다루는 전문가라면, 퓨전 360으로 3D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만들거나, 블렌더로 건축이나 기계 설계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요리의 전문가 고든 램지라면 후라이팬이든 전기밥솥이든 맛있는 스테이크를 만들어낼 수 있겠지만 일반 사람들은 스테이크는 후라이팬으로 굽고, 밥은 전기밥솥으로 지는 것이 더 쉽고 만족스러운 결과물은 내는 방법입니다.
마찬가지로, 3D 툴도 3D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만들려면 퓨전 360보다는 블렌더가 훨씬 적합하고, 건축이나 기계 설계를 하려면 블렌더보다는 퓨전 360이 훨씬 적합합니다. 각 툴은 자신의 목적에 맞게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사용의 편의성과 결과물의 질이 달라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3D 설계를 할 때는 먼저 어떤 목적으로 하시는지 먼저 고민하시고 그 목적에 맞는 적합한 소프트웨어를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추가적으로 더 궁긍하시거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댓글 또는 1:1 문의를 통해 알려주세요.
감사합니다 🙂